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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 슈퍼 히어로 - 박준용 원장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82
2025-05-05 23:40:10

부모님을 졸라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영화 슈퍼맨을 본 것은 제가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슈퍼맨은 누구보다 힘이 세고 게다가 정의롭기까지 해서, 항상 착한 사람, 약한 사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자신의 능력을 선한 목적으로만 사용하여 주변에 도움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생명까지 지켜주기도 하는 슈퍼맨은 어린 저에게 진정한 수퍼히어로의 모습으로 각인되었고 저는 아직도 슈퍼맨 영화가 개봉되면 가슴을 두근거리며 극장표를 예매합니다.

몇달 전 오후 진료 시간이었는데 김종엽 원장이 상기된 얼굴로 제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공단검진을 받으러 오신 분이어서 내시경을 시행했는데 위출혈 상태였고 많은 출혈이 아직도 진행 중이란 말을 했습니다. 환자분은 내일내과에 처음 방문하신 신환으로 기존에 간에 문제가 있었던 분이었고 최근 변이 검게 나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던 중 마침 시간이 되어 검진도 받을 겸 방문한 분이었습니다. 내시경실에 누워 계신 환자분의 의식은 명료했지만 응급혈액검사 결과는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란 걸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환자분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불안해하고 있어 환자를 안심시키며 응급조치를 시행했습니다. 119 응급 구조센터에 바로 연락했고 보호자가 없이 방문하셨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연락해 응급실에서 환자분을 만나도록 하였습니다. 환자분의 상태가 위태롭다고 연락을 받은 119 구조대원들은 다행히 평소보다 빨리 출동해 주셨습니다. 응급실까지 이동 중에 생길 수 있는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주용원 원장이 앰뷸런스에 동행해서 응급실까지 환자분을 모시고 갔고 응급실 담당의사에서 환자의 상태와 소견을 전했습니다.

119 구조대원들의 환자이송을 확인하고 제 진료실로 돌아오니 거의 한시간 가까이 진료를 기다리신 분이 몇 분 계셨습니다. “응급환자였나봐요, 괜찮으셔야 할텐데…” 대기하시느라 힘드셨고 119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나가는 환자를 보시고 놀라셨을 텐데도 응급 환자를 걱정해주시는 환자분의 말씀에 단순한 감사의 느낌이 아닌 ‘이분도 우리와 같이 저 응급환자를 걱정하셨구나’ 하는 동질감이 느껴져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수주일 후 응급실로 이송되었던 환자분은 훨씬 안정된 모습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내일내과를 방문하였습니다.

공단검진을 받으러 내일내과에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그날 중으로 큰일 났을 수도 있었던 분을 다시 정상적인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한 건 분명 영화에서 나오는 수퍼히어로나 할 법한 일입니다. 내시경 검사로 원인을 찾은 의사도, 10분만에 응급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준 임상병리사도,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환자의 혈압을 재고 혈관을 찾던 내시경실장도, 총알 같이 달려와 가장 빠른 길로 이송해준 119 구조대원도, 1시간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도 본인의 불편 보다는 응급환자의 상태를 걱정해주신 고객분들도 모두 그날만은 힘든 일을 당한 선량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결국 한 생명을 지켜낸 수퍼 히어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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