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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가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혈압이 높으면 이것저것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전에도 혈압이 높으셨어요?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신가요? 어떤 환자들은 놀라면서 최근까지도 혈압은 정상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경우 일시적인 혈압 상승 가능성도 있어 병원에 다시 내원해 혈압을 추적하도록 설명을 드리게 되지요. 간혹 이전부터 혈압이 높았는데 혈압약을 안 드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 140mmHg 이거나 이완기 혈압 90mmHg 정도면 크게 높은 것도 아닌데 증상이 없는데도 약을 먹어야 하냐며 고혈압 상담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분도 종종 보게 됩니다.
하지만 2017년 미국심장협회ㆍ심장학회에서는 오히려 고혈압 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상으로, 이완기 혈압 80mmHg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30/75mmHg 인 경우, 미국에서는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의 고혈압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게 되면 검진하러 방문한 환자의 상당수가 고혈압을 진단받게 되겠지요. 진료실에서 고혈압약제를 권유하며 환자를 설득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환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을 포함한 의료비용도 많이 증가했을 겁니다.
다행히 최근 발표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고혈압의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140/90mmHg로 유지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정상 혈압 기준은 120/80mmHg로 이전과 동일하지만, 대신 정상 혈압과 고혈압 사이의 혈압을 좀더 나눠서 분류하였습니다.
기존에는 혈압이 120-139/80-89mmHg인 구간을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강조했다면, 변경된 기준에는 ① 혈압이 120~129/80mmHg인 구간을 ‘주의혈압’으로 새로 분류해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고, ② 130~139/80~89mmHg인 구간은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해 강력한 생활습관 개선, 특정 경우(단백뇨를 동반한 만성신장 질환자 등)에는 약물치료를 미리 시작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전보다 좀 더 혈압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이완기 혈압도 주의해서 관리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혈압약제 복용을 시작하게 되었다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최대한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전에는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되어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번 진료지침 개정안은 좀더 엄격하게 혈압을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혈압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입니다. 병원에만 오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하는 환자가 생각보다는 많습니다. 자동혈압기로 측정하면 정상인데 진료실에만 오면 혈압이 널뛰듯이 올라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을 유발하지요. 이런 경우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해서 적어 오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이번 진료지침 개정안에서도 가면고혈압을 고려해 가정혈압 모니터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자가혈압기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병원에 가져와 병원 혈압 측정값과 비교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혈압 조절은 조기에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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